30
Aug 10

제너럴 닥터 : 두려움을 소비하는 사회, 그리고 나의 두려움.


제너럴 닥터
김승범(김제닥), 정혜진(정제닥) 지음/이상미디어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는 엄청난 뒷북을 치고 나선 (두 제닥님 안 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고 혹시 내가 모르는 제닥 이야기가 있을까봐 책을 구입했다.

홍대에 가면 거의 제너럴 닥터나 버닝하트밖에 가질 않는다. 그 두군데 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 특히 혼자 갈 경우에는, 그 중에서도 뭔가 생각을 할 일이 있거나 정리할 게 있다면 무조건 제닥이다. (버닝하트는 태지매니아들 모여 간증하러…;;;) 무선 인터넷 잘되고 콘센트 많고 주인장들이 맥덕이니 이 어찌 안 갈 것인가. (아… 자꾸 이야기가 딴 데로 샌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가 있다.
김제닥님이 제닥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의 “두려움을 소비하는 사회”

책 마지막 부분의 글을 읽고선 생각난 게 있다. 지난 주, 광화문의 올레스퀘어에 이지형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별 생각 없이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는데, 이 버스는 남산 터널을 지나지 않고 남산을 돌아간다. 뭐 조금 늦을수도 있지만 어쩌면 차가 덜 막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남산도 구경할 겸 이지형의 ‘Everything’를 들으며 고개를넘어가고 있었다. 거의 남산을 내려갈 때 쯤, 갑자기 차에서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나도 순간 놀랐지만 지난번에 있었던 가스 폭발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랬다면 내 하반신이 멀쩡하지 않았을테니까. (난 그 사건 당시 발목이 절단되었다는 분의 자리 즈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기사 아저씨는 (솔직히 그 분이 좀 둔하긴 했다.) 사람들이 놀라니까 좁은 남산 고개 길에서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당장 차를 멈추라고, 소리치고 심지어 욕도 하기 시작했다. 차가 언제 터질 지 몰라 불안해 하는 모습.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두려움’ 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더욱 와 닿았다. 결국 차에서 폭발음이 들린 이유는 타이어가 펑크난 탓이었지만..

근데 난 좀 이상했다.
물론  그게 펑크 같다는 걸 운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능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가스 폭발하는거 아니냐고 아우성대는 바람에 나도 따라 그런게 아닐까 아닐까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러면 어때?’ 싶을 정도의 느낌. 정말 그랬다면 어쩌면 생명이 위험했을 지도 모르는데, 죽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 별 일이 아닌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자살 같은걸 옹호하는건 아니다. 무의미하니까.

다만 어쩔수 없이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가 버리게 된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아쉬울 것이 없다는 느낌. 오늘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니 좀 자기애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했지만 그런 것에 초연해지는 것 때문에 두려움이 또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런 마음가짐이 괜찮을까?

트위터에서 리트윗받은 글이 생각난다.

가장 낮은 사람. 겸손해지기 위해서는 거꾸로 강력한 자기애와 자기 긍정이 필수이다. 아니면 스스로 비참해진다.

http://twitter.com/nowni/status/22433823466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이 강력한 자기애나 자기 긍정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난 비참해지고 싶진 않아. 진짜, 진짜.. 두려움을 물리치고 싶어. 관계에 대한 두려움, 내 꿈에 대한 두려움, 그 많은 장벽들을 난 이겨내고 싶어. 끝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더라도 지금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좋은 생일날이었는데, 지하철에서 마지막으로 본 이 책 덕분에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깊어졌다. 태어난 날에 죽음을 생각하고.

어쨌든 0830. Happy birthday to me.


28
Aug 10

또다른 국경에서 서성이는 모든 이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국경에서 서성이는 모든 이들에게,
떠오르는 꿈과 발을 묶어놓은 중력 사이에서
어디 갈지 모르는 마음에게,

그 모두가, 빛을 발견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눈물이 나네.
힘내라고…


28
Aug 10

하라오름 공연.

하라오름 공연

지금 다니는 회사와 친한 관계(?) 에 있는 위자드웍스의 직원분 중에 알게 된 zz님이 공연을 하신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겨서 시간이 되면 찾아가 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강남에서 KWAG회의 하던걸 적당한 시간에 무사히 마쳐서 갔다.

사실 공연에 대한 정보는 거의 무지한 채로 갔는데 공연을 하는 동아리인 ‘하라오름’은 zz님 학교의 동아리였다. 대부분 학생이고 zz님처럼 졸업하고 직장이 있으신 분도 몇 분 밴드 세션으로 준비를 하셨단다. 거의 3달 정도.. 동아리에서 두 밴드가 준비를 했는데 위 사진의 밴드는 zz님이 기타를 치고 있는 ‘산으로 가는 밴드’. (이름이.. ㅋㅋㅋㅋ)

사실 프로 밴드가 아닌지라 전체적인 느낌은 학교 동아리 다웠지만 그런 것도 나름 풋풋하고 좋았다. (풋풋한 학생들 봐서 좋았다고 말할 순 없잖아)

온 관객이 매우매우 적다 보니^^;;; (공연 보러 오신 분들 중 솔직히 그 동아리 아닌 사람은 나랑 인스카님뿐;;;) 관객들이 나와서 동아리 멤버들에게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제일 처음으로 해버렸어.. 근데 그 사람들, 다들 날 미투데이에서 본거 같대. -_-;; 세상 좁다.) 세상이 또 좁은 걸 느낀게 난 zz님과 그 남자친구분인 인스카님을 따로따로 알게 되었는데 어느순간 보니 두 분이 사귀시고 난 두분과 미투데이 친구가 되어 있고.. 아무튼 재미있는 인연.

소박하지만 재미있는 공연을 보았다. 자극받아 기타 연습 더 하고싶지만 내 아픈 손목은 언제 나을까.


28
Aug 10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마종기.루시드폴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내일이면 벌써 루시드폴 공연이라 이 책을 틈나는 대로 읽어왔다.
미투데이의 “달달달”님에게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처음 듣고서는, 마종기 선생님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채로 이 책을 서점에 가서 덥석 집어들고 왔다. 루시드폴의 음악을, 그의 가사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빠저들 수밖에 없는 ‘사이의 이야기’.
인간(人間)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 탓에 누구든지 ‘사이’ 가 존재하겠지만 그 ‘사이’에서 더욱 고민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마종기 선생님도 그러셨을테고, 루시드폴이 그랬고, 요즘의 내가 그렇다. 내 안의 ‘사이’를 크게 느끼는, 오랫동안 방황하고만 있던 모습들.

루시드폴은 마종기 선생님과 편지를 나누며 ‘사이’의 따듯함을 발견하고, 내면의 ‘사이’ 에서 방황하던 모습을 정리해 나간다. 공학자의 길을 접고 음악인의 길을 선택했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왜 그러한 결정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쉽지만은 않았겠구나.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 또한 진심이었구나. 하지만 왜 공학도의 길을 포기했는가에 대한 이유는 너무나 단순 명료했다.’ 라는 것을 느겼다.

언젠가 마음 속으로 누군가 네가 사는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knowing’이라고 대답하리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알아가는 것, 깨달아가는 것, 무언가를 수동적으로 배운다기보다는 자극에 반응하는 내 내부의 앎, 이것이 저를 밀어가는 힘이자 목표라고 여겼어요.

루시드폴은, 고민끝에 어떤면에서는 이 결심을 내려놓았을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knowing’에 반응하며 깨달아가고 있을 꺼라 믿고 있다. 그리고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내게 이 구절은, 제법 괜찮은 이정표가 될 것 같다.

마종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디아스포라’가 가진 다차원적인 내면과 외로움, ‘고국에서 내리는 눈’을 맞고 싶으시다던 이야기는 한국에서만 살아온 내게도 어쩐지 짠했다. 언젠가 한국의 겨울에 한번 오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나도 보태고 싶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마종기 선생님의 시를 좀 찾아 읽어봐야겠다.
시를 읽는 것은 어렵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돌이켜보니 난 긴 글보다는 짧은 호흡의 글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거든.


21
Aug 10

마지막 강의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살림

랜디 포시 교수님의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후회된다. 예전에 이 책을 읽어볼까 했었는데 그땐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음에 읽어야지 하며 넘겼다. 그리고 일주일 전에 회사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선, 앗차 싶어 얼른 읽어버렸다.

랜디 포시 교수님은 CMU에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를 강의하셨다. HCI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꼈던 나로서는 일단 저분 전공 때문에라도 이 책이 끌릴 수 밖에 없었다는. (Alice 프로젝트 의 선구자이셨다니.. +_+)

그의 마지막 강의는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 이루기” 라는 제목이다.
내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고 치고 꿈을 다시 Construction(영화 [매트릭스]의 표현을 빌어) 하면 대략 이런 것들이다.

  • 음악 연주 또는 작곡 해보기
  • 하늘을 날아보기
  •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기
  • 세계일주 해보기
  • 선생님 되기
  • 서태지와 함께 일하기.

(참고로 랜디 포시의 어릴적 꿈은 다음과 같았다)

  • 무중력상태에 있어보기
  • NFL선수 되기
  • 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등재하기
  • 커크 선장 (스타트렉의) 되기
  • 봉제 동물인형 따기
  • 디즈니의 이매지니어(Imagineer)되기

이런, 내 이럴적 꿈 중 하나밖에 해 본게 없다! 랜디 포시 교수님은 NFL선수 되는거 빼고는 (하지만 그분은 미식축구를 안 한건 아니다) 다 했잖아! 천재!! (…)

하지만 생각해보면 음악 연주는 이제 기타 샀으니까 열심히 하면 되고, 하늘 날아보는건 비행기 조종 같은걸 말하는 거긴 하지만, 난 이미 12,000ft 상공에서 뛰어내려봤다. (아.. 스카이다이빙 또 하고싶다.) 그리고 운명같은 사랑은.. 음음.. 이건 비밀. 세계일주는.. 언젠가 도전하면 되는것. 선생님 되는것도.. 언젠가는 도전하면 되는것! 태지형과 일하는 것은 이미 매니아로서 함께 하는 거니까.. (가끔 닷컴 사이트 문제점 같은거 메일로 마스터에게 지적해주고 그랬는데 그런걸로 기여했다고 치면 안되려나?! ㅋㅋ)

아무튼 아직 못할 건 없네.. 젊으니까.. (응?)
어릴적 꿈이라는 거, 일단 좀 어이없어도 이건 중요한 거 같다. 살다 보면 어이없어보이는 일들도 가끔 손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을 랜디 포시 교수님을 보고서 깨달았고 실제 내 삶을 돌이켜 봐도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할 거라고는 어릴적 한 번도 확신해본적이 없었는데 난 진짜로 해버렸다. (Tandem이긴 해도)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을 그때 봤으니까. (스카이다이빙은 랜디 포시 교수님이 느꼈던 무중력 상태를 느끼긴 힘들어요 ㅎㅎ 자유낙하시 200km/h의 공기저항과 맞서야하거든요.)

열심히 노력해야(그러나 남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하고 그 모습들이 주변에게 보여져야만 인정받는 한국적인 정서의 강박에 시달리는 나(나만은 아닐 것이다)에게는 위로가 되었던 한마디를 어릴적 봉제 동물형을 따기 위한 에피소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이 얼마나 노력하는 지 모든 이들이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내 삶이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겠지. 그게 남들이 보기에는 방황이냐 그냥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지만, 실은 이제 다른 목표를 스스로와 대화하며 찾고, 조만간 슬슬 시동을 걸 수 있겠지.

그리고 랜디 교수님은 이 말을 책 속에서 반복해서 말해 주었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 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에 서 있는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몇 개의 장벽을 만나고 나도 그렇다. 실은 아직 내 꿈이 구체화되는 중이기 때문에 꿈에 대한 장벽은 만나지 못했다. 혹시 만나면 난 자신있을 것 같긴 하다. 이미 더 높은 장벽을 봤으니까, 바로 마음의 장벽. 결과만 놓고 보자면 결국 넘지는 못하고 다 돌아갔지만 난 거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건 아닌거 같다. 랜디 교수님의 말처럼 난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일단은 그거면 된걸까.. 다음에는 그걸 더욱 강하게 느끼고, 언젠가는 뛰어넘겠지.

혹시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그래서 곧 읽어보게 될 거라면 이 책의 Head Fake를 찾길 바란다. 스포일링 금지를 위해 여기 언급하지는 않겠다.


13
Aug 10

서울숲 별밤축제 – 데이브레이크

서울숲 별밤축제 - 데이브레이크

오늘은 좀 멀리서..

강남에서 출발할 때 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에구구. 취소되는 것은 아닐까. 데이브레이크 공연은 ㅍㄹㅁㄹ누나랑 ㅎㅈ누나도 같이 보기로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버스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사람이 많아서 두 대나 보내버렸다) 트위터에 ‘한강 건너면 비따위 안 왔으면 좋겠다‘ 며 조마조마했다. 서울숲에 도착하니 데이브레이크를 기다리는 열성팬들. 진짜 대단하다. 물론 나도 태지형 공연이라면 우산따위 필요 없고 그냥 비 맞으며 보겠지만. 어쩐지 비오던 2008ETP 생각도 나고..

하지만 빗방울이 굵어져 자리를 피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ㅎㅈ누나는 보겠다고 하고.. (ㅇㄱㅂㅅ님은 가겠다 그러고ㅋ) 아무튼 난 ㅍㄹㅁㄹ누나랑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감상..

데이브레이크 형님들은 처음부터 진짜 멋있더라. +_+ 멋진 무대매너, 관객을 압도하는 (동영상으로 느끼던 그 이상) 포스. 멀리서 보는게 조금은 아까울 만큼 좋았다. 이제 2집이라고 하지만 2집을 낸 팀 이상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뭐 데이브레이크 하기 전에 음악활동을 하기도 했으니까..

난 데이브레이크 라이브 처음 듣는데, 원석이형 보컬은 라이브로 들으니까 더 멋있다! [Urban Life Style]은 진짜 최고였다고 생각.
멋진 무대와 열성적인 팬들의 정성을 하늘이 들었는지 공연 중반부턴 비가 아에 그쳐서 막 달렸다. 으히히.

29일 단공이라는데 좀 많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매진에 난 일찌감치 루시드폴 공연을 예매했으니 뭐.. ㅎㅎ 다음 기회에~


13
Aug 10

거리.

누군가의 삶 속으로 거리를 좁혀간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지만

언젠가는 다가가야할 문제.

물론 그 거리는 0으로 무한히 수렴하기 때문에 끝은 없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들일수록 조금 더 가깝지만 0이 아님을 강조하는 거리.
또한 그 속도에 있어서도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할것,

혹시 너무 크진 않은지, 수시로 미분해볼 것,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계속 미분해서 차수가 하나일 때 까지 미분해서 확인해볼 것.

(후… 수학도 지지리 못하면서)


11
Aug 10

서울은 깊다.

서울은 깊다 -
전우용 지음/돌베개

서울의 옛날 이야기라… 왠지 끌려서 회사 서재에서 슥 들고와서 한달만에 다 읽었다 (… 나의 이 게으름.. 이제 책 좀 부지런히 읽자!)

난 서울 출신은 아닌데, 서울에 와서 굉장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물론 공기도 별로 안좋고 물맛도 없고 여름에 더워 미칠거 같고… (후.. 영주 생각나네. 고향집에 선풍기 틀고 자면 춥다던데)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이 끌렸나보다.

조선과 대한제국, 대한민국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저자는 서울의 수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여러 궁궐, 압구정과 석파정, 종로의 전차, 덕수궁 돌담길, 팔각정, 시계탑, 제중원…

먼저 서울은 신시(神市)라는 이야기. 서울이라는 말 자체가 바로 ‘신시’를 의미한다고 저자가 이야기한다.

어떤 이들은 삼한의 성소(聖所)였던 ‘소도’의 ‘소’ 와 새벌의 ‘새’가 지닌 유사성에 주목하여 고어에서는 ‘새’, ‘소’, ‘쇠’가 모두 같은 뜻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말은 ‘솟다’나 ‘솟대’ 에서처럼 높이 솟아 있음, 또는 신성함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서울이라는 말의 본래 뜻에 관한 한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서울이란 ‘솟은 벌’이나 ‘솟은 울’, 즉 ‘솟벌’, ‘솟울’에서 온 말이 된다.

사실 대부분의 도시가 신성함의 중심이 되기에 서울도 마찬가지. 현대에 와서 도시에 신성함이라는 것을 찾아보기는 참 힘들다. 그렇지만 우습게도 내겐 서울 속에서 궁궐이라던지, 남산타워 같은 랜드마크는 뭐랄까 Clamp X에 나오는 ‘결계’ 의 장소 (도쿄타워, 도쿄도청 등) 같아서 이상한 신비감을 준다. 양 극단이 존재하는 도시가 동시에 가져다 주는 어색함과 생동감.

우리가 역사 책에서 읽었던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저자는 그 당시 살았던 일반 사람에게 집중해서 그들의 일상과, 시대에 휩쓸려 만들어낸 부조리함까지도 차분하게 잘 이야기 해주어서 흥미가 있었다.

특히 조선 말 서양의 신식 문물들이 들어오고 다시 세운 대한 제국의 서울은 내겐 이상하게 추억 같은 느낌이다. 사실 그 시대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 왕의 권위가 무너지고, 자본의 권위가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하던 그 때. 기존의 계급 체계가 무너져가고 만민이 평등해지는 거 같지만 (일제 강점기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자본이라는 새로운 권력을 통해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그 때의 도시 또한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이라 지금의 모습에 비추어 볼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11
Aug 10

0811

어제는 술을 마시고선 취해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미투를 봤는데 누가 이런 포스팅을 했다.

저도 많이 기다렸습니다. 10년 전 오늘.

솔직히 잠도 안 깨고 그래서 (5시에 잠깼다고) 무슨 말인지 못 느꼈다 =_= (태지형 미안해)
그러다 트위터를 보고 닷컴을 보는 순간 아아아앗!! 오늘이 그 날이었지… ㅠㅠ

그날의 나는 어땠는지 사실 기억이 잘 안난다. 마냥 좋았던 느낌만 남아있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팬질을 속으로만 홀로 하고 있었거든. 아이돌 시절부터 쭉.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팬질을 외롭게 한 나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하다. 지금은 미투데이를 시작하고 또 다른 태지매니아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그래서 사실 너무 반갑고 행복하다.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버블리들이 난 너무 좋다. 우린 혼자보다 덩어리가 익숙하니까.

지금 돌아보면 태지가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내겐 어떤 구원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때는 또 다른 구원이 내 삶을 감싸고 있었기에 무너져도 언제든지 일어설 수 있었지만, 그것이 사라질 줄 몰랐기에.. 이제 내게 남은 ‘구원’은, 내가 떨어질 때 날개를 달아주고 어디에 내릴 지 이끌어주는 이는, 지금은 태지뿐이다.

세월이 흐르고 또 인연들이 쌓인다면 또 다른 ‘구원’이 다가오겠지만..
또 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마음과 힘을 지닌다면..

그때까지는, 아니 그 때가 되어도
태지형 부탁해.
당신만 믿겠어.

To my only the one, the hero.

Continue reading →


11
Aug 10

서울숲 별밤축제 – 짙은

짙은 공연 시작.

월요일 짙은 공기가 가득했던 무더운 여름.
서울숲을 가는 게 이번이 다섯번째 (…) 이제 참 익숙하다. 뚝섬에서 퇴근하는 듯한 느낌도.

오늘은 ㅍㄹㅁㄹ누나랑 ㅌㄱ누나와 같이 보기로 했던 터라, 꼭 돗자리 “가져가야지!” 했는데.. 갑자기 생긴 외근에 돗자리를 들고 외근 장소에 들어가는 게 어색해서 (지금 생각하면 대체 왜!) 회사에 그만 두고 가 버렸다. (ㅌㄱ누나가 가져오긴 했지만..) 내일 데이브레이크 공연 때는 꼭 챙겨가야지!

짙은의 EP [Wonderland]를 처음 들을 때는 사실.. 또 감이 안 왔다. 난 맨날 그렇다. 마음속에 와 닿는데 까지 늘 시간이 걸린다. (태지 제외, 에피톤 프로젝트 제외..응?;) 그런데 신기하게도 라이브를 들으면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알고있지만 라이브의 매력이 바로 여기 있다. 그 음악가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는 것. 혹시 소리로서 전해듣지 못한다면 멘트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그렇게 머리로 한번에 음악을 느끼고 이해하지 못하면 몸을 움직여 몸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것 또한 매우 의미있고 무엇보다 이것은 lively한 사람이 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lively 한 사람을 뉴질랜드에서 만난 이후부터는 이 단어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아무튼 짙은의 공연. 처음은 첼로 연주자와 용욱씨 둘만 등장~ 잔잔하게 시작하는구나~ =_= 역시 내가 생각하던 짙은이다. (곧 용욱씨 덕분에 산산히 부서지지만..) 사실 난 1집을 못 들어봐서 [Wonderland] EP 곡들만 깊게 들었다.. [TV Show]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니..  좋다- 글 쓰는 지금은 1집 디지털 음원도 구입했다. 1집이 더 좋은거 같아;;; 왜냐하면 ‘나비섬’의 라이브가 ㅠㅠ 정말 감동이었거든요 >_< 가사도 너무 예쁘고.

남쪽 바다 아름다운 섬 푸름을 간직한..

가사 시작부터 막 상상된다. 남쪽 바다에 대한 그리움은 내겐 본능 같은 것. 서귀포의 푸른 바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본 이후로 10년이 다 되었는데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내년에는 꼭 제주도에 가야지.

Damien Rice의 곡을(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Cover로 부르신 이후에 용욱씨는 예전에는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기에 익숙했는데 이제 음악만 하다 보니까 영어가 점점 어색하다며 ‘영어 돋네요’ 라고.. =_= 이때부터 뭔가 의심했어야 했어요..

자 이제 형로씨도 나오고, 다른 세션 분들도 함께 나와서 분위기는 더욱 업. 그리고 드디어 댄스 ‘돋는’ 용욱씨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EveryBody’를 부르면서 리듬을 타시더니 막 몸도 흔드시고.. 우와 깜짝. 누나들 말로는 ‘방정맞다’ 라는 표현까지 ㅋㅋㅋㅋ 그런데 이 곡을 부르면서 정말 정말 자연스럽게!! 조용필님의 ‘모나리자’로 넘어가시는!!! (으아.. 글 쓰는 지금도 소름 돋는다..) 뭔가 방정맞지만 진짜 멋졌다..-_-b

앵콜곡 ‘곁에’ 라이브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앨범을 듣고 있으니 다시 라이브가 듣고 싶다. =_= GMF때 또 오시니까 기대된다!!! 아아 보고 싶은 뮤지션들이 너무 많아서 GMF때는 타임테이블 보고 어지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