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럴 닥터
김승범(김제닥), 정혜진(정제닥) 지음/이상미디어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는 엄청난 뒷북을 치고 나선 (두 제닥님 안 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고 혹시 내가 모르는 제닥 이야기가 있을까봐 책을 구입했다.
홍대에 가면 거의 제너럴 닥터나 버닝하트밖에 가질 않는다. 그 두군데 만큼 편안한 곳이 없다. 특히 혼자 갈 경우에는, 그 중에서도 뭔가 생각을 할 일이 있거나 정리할 게 있다면 무조건 제닥이다. (버닝하트는 태지매니아들 모여 간증하러…;;;) 무선 인터넷 잘되고 콘센트 많고 주인장들이 맥덕이니 이 어찌 안 갈 것인가. (아… 자꾸 이야기가 딴 데로 샌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가 있다.
김제닥님이 제닥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의 “두려움을 소비하는 사회”
책 마지막 부분의 글을 읽고선 생각난 게 있다. 지난 주, 광화문의 올레스퀘어에 이지형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별 생각 없이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는데, 이 버스는 남산 터널을 지나지 않고 남산을 돌아간다. 뭐 조금 늦을수도 있지만 어쩌면 차가 덜 막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남산도 구경할 겸 이지형의 ‘Everything’를 들으며 고개를넘어가고 있었다. 거의 남산을 내려갈 때 쯤, 갑자기 차에서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나도 순간 놀랐지만 지난번에 있었던 가스 폭발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랬다면 내 하반신이 멀쩡하지 않았을테니까. (난 그 사건 당시 발목이 절단되었다는 분의 자리 즈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기사 아저씨는 (솔직히 그 분이 좀 둔하긴 했다.) 사람들이 놀라니까 좁은 남산 고개 길에서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당장 차를 멈추라고, 소리치고 심지어 욕도 하기 시작했다. 차가 언제 터질 지 몰라 불안해 하는 모습. 우리가 소비하는 것이 ‘두려움’ 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더욱 와 닿았다. 결국 차에서 폭발음이 들린 이유는 타이어가 펑크난 탓이었지만..
근데 난 좀 이상했다.
물론 그게 펑크 같다는 걸 운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능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가스 폭발하는거 아니냐고 아우성대는 바람에 나도 따라 그런게 아닐까 아닐까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러면 어때?’ 싶을 정도의 느낌. 정말 그랬다면 어쩌면 생명이 위험했을 지도 모르는데, 죽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 별 일이 아닌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자살 같은걸 옹호하는건 아니다. 무의미하니까.
다만 어쩔수 없이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 가 버리게 된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아쉬울 것이 없다는 느낌. 오늘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니 좀 자기애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했지만 그런 것에 초연해지는 것 때문에 두려움이 또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런 마음가짐이 괜찮을까?
트위터에서 리트윗받은 글이 생각난다.
가장 낮은 사람. 겸손해지기 위해서는 거꾸로 강력한 자기애와 자기 긍정이 필수이다. 아니면 스스로 비참해진다.
http://twitter.com/nowni/status/22433823466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이 강력한 자기애나 자기 긍정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지만, 난 비참해지고 싶진 않아. 진짜, 진짜.. 두려움을 물리치고 싶어. 관계에 대한 두려움, 내 꿈에 대한 두려움, 그 많은 장벽들을 난 이겨내고 싶어. 끝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더라도 지금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좋은 생일날이었는데, 지하철에서 마지막으로 본 이 책 덕분에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이 깊어졌다. 태어난 날에 죽음을 생각하고.
어쨌든 0830. Happy birthday to me.





